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16주차 회고

 

생각

이번주는 뭘 했을까. 뭔가 바빴던 거 같은데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고민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NC2를 진행하면서 아카데미 와서 처음으로 개발이 재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기획에 조금 더 힘을 실어서, 정말 스스로 인게이지 될만한 서비스를 만들었어야 했던 것 같다. 기획에 인게이지가 되냐, 안되냐에 따라 개발을 대하는 온도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점에서 내가 정말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기술 공부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렇지 못한 개발자인 것 같다는 생각에 앞으로 내가 개발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는 돈과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을 했기에 이 일에 인게이지가 되든 안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성적도 없고 평가도 없는 온전히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한 주간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나는 기획자가 되길 원하는 것인지, 개발자가 되길 원하는 것인지, 노선을 분명히 정해야할 텐데 나의 진심은 무엇인지. 아직은 솔직히 답을 모르겠다. 나는 나의 프로덕트가 사용자에게 유용한 프로덕트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것을 기획하고 고민하는 과정도 즐겁지만, 그러한 프로덕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잘 개발하는 것도 즐겁다. 그러면서 꼭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새로운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기획을 잘 하는 개발자가 된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빛을 낼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이 부분은 짧은 시간안에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기획도 개발도 더 궁금하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 것인지 아직 알고 싶은 부분이 많다.

 

나는 개발도 결국 가치를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다면 어떤 일도 즐거운 사람인 것 같다. 그게 기획이든, 개발이든.

 

이번 한 주 동안 고민했던 것들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서 이 시간들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는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체크해보는 것이 더 멀리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오랜만에 서울

오랜만에 서울에 가서 대학 동기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을 성공해서 만족스럽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이전 직장에서 힘들어 하던 친구가 만족스럽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친구가 멋져 보이기도 했다.

 

대학생 때 만나서 나의 성장 과정을 쭉 봐온 친구이기에, 그 친구를 만날 때면 지금까지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때가 많다. 우리 그땐 그랬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우리의 삶은 마음을 따라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땐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방식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우리의 마음만 있다면 자연스레 우리가 원하는 삶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 같다고.

 

그러니 그냥 먼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아등바등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그렇게 계획해도 인생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흘러가서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목표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니, 충전도 되고 확실히 리프레쉬도 된 것 같다. 가을에 친구가 포항에 놀러온다고 했는데! 그 때 포항 구경 잘 시켜주고 싶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다

최근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없다고 미뤄두기만 했던 책 읽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랑 교보문고에 가서 눈에 띄던 헤르만 헤세의 책 두 권을 샀다. <나로 존재하는 법> 과 <수레바퀴 아래에서> 라는 책이었다. 예전에 생각이 많을 때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이라는 책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랬는지, 그 책을 덥석 들어 사게 되었다.

자기답게 사는 것 외에 성장하고 진리에 이를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나로 존재하는 법>

그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들이야.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 외에 다른 현실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도 비현실적으로 사는 것은 그들이 바깥에 보이는 것만을 진짜로 여기고, 내면세계에는 전혀 발언권을 주지 않기 때문이야. 하지만 일단 다른 걸 알아버리면, 더 이상 대부분이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게 되지. <나로 존재하는 법>

 

이 문장들은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나의 마음에 가장 와닿었던 문장들이다. 그러기에 나도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해보고 싶다. 바깥에 보이는 것만을 진짜로 여기지 않고!

앞으로는?

브릿지 기간동안 다시 재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키텍처 스터디도 다시 열심히 참여하고, 그동안 놓았던 개발 공부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